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까지 - 향을 입은 바디케어로 합류 중(1)
이번 글에서는 미국 뷰티 시장에서 ‘향’이 어떻게 바디케어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메이크업 브랜드 e.l.f. Cosmetics는 13달러짜리 바디미스트와 크림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시작했고, 립밤으로 유명했던 eos는 바닐라 캐시미어를 중심으로 바디케어를 주요 사업으로 키웠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Pinterest가 처음으로 발표한 2026 뷰티 트렌드 리포트입니다. 얼굴에서 하던 스킨케어 루틴을 몸으로 확장하는 ‘Skinvested’와 달콤한 향을 겹쳐 즐기는 ‘Eau So Cozy’가 같은 보고서에 등장하는데요,
왜 서로 다른 뷰티 브랜드들이 향을 입은 바디케어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이번 편에서는 브랜드의 실제 행보와 소비자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봅니다.
다음 편에서는 향수 브랜드 PHLUR와 K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를 살펴봅니다. 서로 다른 출발점의 두 브랜드가 바디와 향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브랜드들이 여기서 무엇을 참고할 수 있을지 이어서 다룰 예정입니다.
메이크업 브랜드 e.l.f. Cosmetics에서 바디미스트와 바디크림이 나왔습니다. 2026년 10월 5일 발표한 새로운 컬렉션, ‘e.l.f. POP’입니다. 가격은 각각 13달러인데요. 회사는 이번 출시를 향과 바디케어 카테고리로의 확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신제품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궁금해졌습니다. 메이크업으로 익숙한 브랜드가 왜 지금 바디와 향을 함께 선택했을까요?
한편,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eos는 바디로션에서 인기를 얻은 향을 미스트로 확장했고, 향수 브랜드 PHLUR는 바디미스트에서 성공한 향을 다시 향수로 만들었습니다. 메디큐브는 스킨케어에서 사용하던 성분을 데오도란트와 향 미스트로 가져왔습니다.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바디와 향이 겹치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브랜드들이 언제, 어떤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소비자 데이터와 함께 놓고, 미국에서 다음 카테고리를 고민하는 K뷰티 브랜드가 무엇을 참고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e.l.f.는 왜 13달러짜리 바디미스트를 만들었을까요?
먼저, 바디제품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닙니다. 이미 헤일로 글로우 바디크림처럼 기존 메이크업 라인의 이미지를 몸으로 넓힌 제품이 있었습니다. 이번 POP에서 달라진 것은 바디크림의 존재 여부보다, 향과 바디를 함께 전개할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여행을 콘셉트로 각 컬렉션에 목적지를 설정했다는 점인데요. 첫 목적지는 노르웨이 북부 도시 트롬쇠(Tromsø)입니다. ‘스파이시 번트 나이스(Spicy Bundt Nice)’라는 향에 스파이스 케이크와 오렌지 제스트, 버터크림, 웜 머스크 등을 조합해 겨울 여행지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제품 사진에서도 트롬쇠의 시그니처인 오로라가 보입니다.

한편, e.l.f.는 트롬쇠를 세계 여행의 '첫 번째 정거장'이라고 표현하며, 2027년 1월 다른 목적지에서 영감을 받은 향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첫 컬렉션에는 노르웨이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라 뢰이세와 팝 아티스트 SKAAR도 참여했습니다. 향뿐 아니라 패키지와 음악까지 현지 창작자와 연결한 것입니다.
이런 기획은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살펴볼 만합니다.
e.l.f. Beauty의 CEO 타랑 아민은 올해 5월 실적 발표에서 브랜드·카테고리·지역 전반에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화이트스페이스(Whitespace)'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e.l.f. Beauty는 미국 중심의 사업에서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21%로, 지난 5년간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rhode 역시 올해 9월 세포라를 통해 유럽 19개국에 추가 진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OP의 여행 컨셉도 흥미로운데요. 목적지를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은 새로운 향과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지역별 크리에이터 협업이나 현지 마케팅으로도 연결할 여지를 남깁니다.
물론 트롬쇠를 첫 목적지로 선택했다고 해서 노르웨이 시장에 진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e.l.f.가 POP을 해외 진출 전략과 직접 연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카테고리와 지역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는 만큼, 향마다 새로운 장소와 이야기를 붙이는 POP의 구조는 제품과 시장 양쪽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볼 만합니다.
이렇게 보면 POP은 향 하나를 출시하고 끝내는 컬렉션과는 다릅니다. 새로운 목적지와 향, 제품을 계속 추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e.l.f.가 앞으로 이 카테고리를 어떻게 키워갈지 지켜볼 만합니다.
2) 이 흐름에서 주목할 eos의 바디로션
그렇다면 향을 중심으로 바디제품을 넓히는 방식은 실제 사업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까요? 미국의 eos를 보면 한발 앞선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eos라고 하면 동그란 립밤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2009년 처음 선보인 알록달록한 구형 립밤은 eos를 대표하는 제품이었는데요. 저 또한 eos를 처음 접한 것은 이 동그란 립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마존 뷰티 랭킹에서 eos의 바디로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바닐라 캐시미어(Vanilla Cashmere)는 아마존 뷰티 랭킹을 꾸준히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제품일 것입니다. 실제로 Market Defense가 집계한 미국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 순위에서 2025년 4분기 2위, 2026년 1분기에도 2위를 기록했습니다.

eos는 2020년 바디로션 라인을 출시하면서 바디케어 사업을 넓히기 시작했는데요. 대표 제품인 바닐라 캐시미어는 휘핑 바닐라와 소프트 머스크, 캐러멜을 조합한 바디로션으로, 미국 공식몰 가격은 10.99달러입니다.
이후 eos는 바디로션에 머물지 않고 바디워시와 쉐이브오일, 바디오일, 바디버터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바닐라 캐시미어라는 같은 향으로 여러 제품을 전개하며, 공식몰에서도 향 레이어링 세트와 루틴 세트를 판매합니다. 하나의 로션에 붙었던 향 이름이 여러 제품을 연결하는 이름으로 커진 것입니다.

사업에서 바디케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해졌습니다.
2025년 2월 WWD 보도 당시, 바디케어는 이미 eos 전체 사업의 5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동그란 립밤으로 알려졌던 브랜드에서 바디케어가 주요 사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흥미롭습니다.
eos에 따르면 바디스프레이를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의 메시지와 댓글, 소셜미디어 언급이 1년 동안 1만 건 이상 들어왔습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eos의 바디로션과 바디워시를 겹쳐 사용하며 자신만의 향 루틴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좋아하는 향을 미스트로도 사용하고 싶어 한 것입니다.
이에 eos는 2025년 12월 5일 캐시미어 바디미스트 정규 컬렉션을 발표했습니다. 바닐라 캐시미어와 크렘 드 피스타치오, 스트로베리 드림 등 기존 인기 향 8종을 미스트로 옮겼으며, 출시 가격은 12.99달러였습니다. 앞서 선보인 홀리데이 한정 미스트에 이어 상시 판매할 제품군을 마련했습니다.
이 부분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먼저 기획해 소비자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미 좋아하던 향을 다른 제품에서도 사용하고 싶어 했다는 점입니다. 로션을 선택하게 했던 향이 다음 제품을 찾는 이유가 된 셈입니다.
2026년에는 새로운 향을 처음부터 여러 제품으로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6월 16일 발표한 비치 웨이브(Beach Waves)와 토스티드 마시멜로(Toasted Marshmallow)는 각각 바디로션과 바디미스트로 출시됐습니다. 로션은 10.99달러, 미스트는 12.99달러입니다. 기존 인기 향을 다른 제품으로 옮기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향을 출시할 때부터 두 가지 제품을 함께 구성했습니다.

성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eos는 NielsenIQ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바디로션·바디미스트 1위 브랜드라고 밝혔습니다. 집계 범위는 NielsenIQ xAOC 채널이며, 2026년 5월 16일까지 최근 52주 기준입니다.
조너선 텔러 CEO도 소비자가 eos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향을 꼽았습니다. 현재 무향을 제외하고 8개의 향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바디로션에서 시작된 향의 인기가 미스트와 새로운 향 컬렉션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의 성장 동력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eos의 성장은 바닐라 향 로션 하나의 유행으로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기 향을 여러 제품으로 넓히고, 그 제품군에 다시 새로운 향을 추가하면서 바디케어 사업 자체를 키워온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eos만의 성공일까요? 아니면 미국 소비자들이 바디케어를 고르고 향을 즐기는 방식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다음으로는 판매 데이터와 검색 트렌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3) 검색에서도 커지는 바디 루틴과 향 레이어링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eos만의 성공일까요? 실제 미국 뷰티 시장과 소비자 검색 데이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시장의 성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Circana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미국 프레스티지 바디케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바디클렌저와 바디로션, 데오도란트가 성장을 이끌었는데요. 같은 기간 미국 매스 시장에서는 프래그런스가 15% 성장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뷰티 카테고리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바디의 경우 프레스티지 수치를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지금 미국에서 바디케어와 향이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핀터레스트가 공개한 뷰티 트렌드 리포트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핀터레스트는 2026년 10월 6일 첫 번째 뷰티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먼저 ‘Skinvested’라는 트렌드입니다. 얼굴에서 사용하던 성분과 관리 방식을 몸에도 적용하는 흐름인데요.

‘Body wash for glowing skin’ 검색은 206%, ‘Body care routine aesthetic’은 202%, ‘Retinol body lotion’은 144% 증가했습니다.
예전에는 바디워시로 씻고 로션을 바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몸에도 레티놀을 사용하고 각질을 관리하며 자신만의 바디케어 루틴을 찾는 것입니다. 얼굴에서 익숙해진 스킨케어의 성분과 루틴이 몸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에서 향을 다룬 ‘Eau So Cozy’ 트렌드를 보면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납니다.
‘Gourmand fragrance’ 검색은 147%, ‘Marshmallow perfume’은 248%, 여러 향을 갖춰 사용하는 ‘Fragrance wardrobe’는 210%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바디미스트입니다. ‘Sweet tooth body mist’ 검색은 48%, ‘Chocolate body mist’는 42%, ‘Strawberry body mist’는 46% 증가했습니다.
핀터레스트도 이번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달고 포근한 향과 함께 가볍게 여러 향을 겹쳐 사용할 수 있는 바디미스트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핀터레스트는 앞서 발표한 ‘Pinterest Predicts 2026’에서도 ‘Scent Stacking’을 하나의 트렌드로 선정했습니다. 향수 레이어링 조합에 대한 검색이 125% 증가하는 등, 하나의 시그니처 향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향을 조합하는 소비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 두 흐름을 함께 보면 지금의 바디케어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얼굴에서 사용하던 성분과 루틴이 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향수에서 즐기던 향 선택과 레이어링이 바디미스트와 로션 등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검색 증가가 곧바로 구매 증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몸을 관리하고 향을 즐기는 방식이 더 구체적으로 나뉘고 있다는 단서로는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향을 찾고 있을까요? 여기서는 뷰티 검색·소셜 데이터 기업 Spate의 분석이 참고할 만합니다. 하지만 너무 길기에, 다음에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