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까지 - 향을 입은 바디케어로 합류 중(2)
지난 편에서는 e.l.f. Cosmetics의 새로운 바디 컬렉션과 eos의 성장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메이크업 브랜드가 향과 바디케어로 영역을 넓히고, 립밤으로 알려졌던 eos는 바닐라 캐시미어를 중심으로 바디케어를 주요 사업으로 키웠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핀터리스트가 처음 발표한 2026년 뷰티 트렌드 리포트였습니다. 얼굴에서 하던 관리를 몸으로 확장하는 ‘Skinvested’와 달콤한 향을 겹쳐 사용하는 ‘Eau So Cozy’가 같은 보고서에 등장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성분과 루틴이 몸으로 내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향수의 향과 레이어링이 몸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두 브랜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프래그런스 브랜드 PHLUR입니다. 바디미스트에서 성공한 향을 다시 향수와 데오도란트로 확장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메디큐브입니다. 스킨케어에서 익숙한 성분을 데오도란트와 헤어·바디미스트로 옮기고, 그 위에 향을 더했습니다.

그 전에 지난 편에서 남겨두었던 질문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1) 요즘 유난히 피스타치오와 바닐라 향이 자주보이는데요,
eos의 바닐라 캐시미어와 크렘 드 피스타치오, e.l.f. POP의 스파이스 케이크와 버터크림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음식이나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구르망(Gourmand) 계열의 향이라는 점인데요. 우연이 아닌 것이 실제 검색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뷰티 검색·소셜 데이터 기업 Spate가 2026년 4월 공개한 미국 향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관련 검색·소셜 관심은 전년 대비 852.5% 증가했습니다.
바닐라 역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는데요.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관심도 지수(Popularity Index)는 약 210만으로 조사된 향 중 가장 높았습니다.

물론 검색 증가가 곧바로 해당 향을 사용한 바디제품의 매출 증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브랜드가 새로운 향을 기획할 때 참고할 만한 소비자 관심의 방향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에서 주목할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PHLUR입니다.
향수 브랜드 PHLUR가 바디미스트를 키우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eos는 바디로션에서 인기를 얻은 향을 바디미스트로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향수 브랜드들이 바디미스트라는 더 가볍고 접근하기 쉬운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PHLUR는 2015년 처음 출범한 파인 프래그런스 브랜드입니다. 2021년 뷰티 브랜드 인큐베이터 The Center에 인수됐고, 이후 패션·뷰티 크리에이터 크리셀 림(Chriselle Lim)이 합류하면서 2022년 2월 새로운 모습으로 리런칭했습니다.
2022년 크리셀 림이 합류한 당시 중심 제품은 ‘미싱 퍼슨(Missing Person)’이라는 향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는 순간과 그리운 사람의 체취라는 감정적인 이야기를 향으로 표현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흥미롭게 본 것은 PHLUR가 2023년부터 바디미스트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PHLUR는 2023년 바닐라 스킨(Vanilla Skin), 앰버 헤이즈(Amber Haze), 망고 무드(Mango Mood) 등 세 가지 향의 바디미스트를 출시했습니다.
가격도 살펴볼 만합니다. 현재 PHLUR의 바닐라 스킨 바디미스트는 8oz 기준 39달러이며, 같은 향의 50ml 오 드 퍼퓸은 99달러입니다.
물론 eos처럼 10달러대에 판매하는 매스 바디미스트와는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PHLUR의 향수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라면, 39달러짜리 바디미스트로 브랜드의 향을 먼저 경험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PHLUR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흥미로운 일이 나타났습니다.
바닐라 스킨의 경우 기존 향수를 바디미스트로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2023년 여름 바디미스트로 먼저 출시됐고, 인기를 얻은 뒤 2024년 봄 같은 향의 오 드 퍼퓸이 등장했습니다. 같은 해 데오도란트도 추가됐으며, 이후 바디오일까지 제품군이 확장됐습니다.

보통 향수 브랜드가 인기 향수의 바디미스트 버전을 출시하는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경우에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바디미스트를 통해 먼저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한 향이 다시 고가의 향수와 다른 바디제품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그리고 PHLUR는 바닐라 스킨 하나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헤비 크림(Heavy Cream), 캐러멜 스킨(Caramel Skin), 말차 밀크(Matcha Milk), 베리 크림(Berry Cream) 등 여러 향의 바디미스트를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향의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바닐라와 크림, 캐러멜처럼 앞서 Spate에서 관심 증가를 확인했던 구르망 계열이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PHLUR가 바디미스트를 확장하는 것은 단순히 향수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향을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인기 있는 향을 다시 향수와 바디제품으로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디미스트의 확장이 실제 판매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을까요?
여기서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커머스 데이터 기업 Charm.io가 공개한 2025년 2월 미국 틱톡샵 데이터에 따르면, PHLUR는 프래그런스 카테고리에서 약 90만8천 달러의 순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향수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바닐라 스킨과 헤비 크림을 묶은 바디미스트 듀오였습니다.
이 제품 하나의 판매액이 약 68만9천 달러로, 같은 기간 PHLUR 틱톡샵 프래그런스 매출의 약 76%에 해당합니다.

최근 판매 데이터에서도 바디미스트의 존재감은 확인됩니다.
틱톡샵 분석 플랫폼 Kalodata의 2026년 9월 9일~10월 8일, 최근 30일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PHLUR의 상품별 거래액 상위 3개 제품이 모두 바디미스트 관련 제품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높은 거래액을 기록한 제품은 바디미스트 세트 'The Body Mist Edit'로 약 6만1천 달러, 판매량은 1,452개였습니다. PHLUR에게 바디미스트가 단순히 향수의 보조 제품이 아니라, 실제 판매를 이끄는 주요 제품군 중 하나임을 잘 보여줍니다.
2)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메디큐브 이야기입니다.
PHLUR가 향수에서 출발했다면, 메디큐브는 성분과 피부 고민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대표 K뷰티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전개하는 제품을 보면, 메디큐브 역시 얼굴 밖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코직애씨드 브라이트닝 데오도란트(Kojic Acid Brightening Deodorant)로 올해 4월에 출시한 제품입니다. 미국 공식몰 기준 가격은 24달러이며, 바닐라&피스타치오 향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제품명부터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바닐라&피스타치오 데오도란트가 아니라, 코직애씨드라는 성분을 제품명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메디큐브는 여기에 코직애씨드와 터메릭, 비타민C, 나이아신아마이드 등을 사용하고, 냄새 관리뿐 아니라 겨드랑이 피부톤과 피부결 관리까지 제안합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메디큐브답습니다. 일반적인 데오드란트가 냄새와 향을 중심으로 제품을 설명한다면, 메디큐브는 스킨케어에서 익숙한 성분을 활용해 겨드랑이도 관리해야 할 피부로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향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바닐라와 피스타치오, 캐러멜과 샌달우드를 조합해 향수처럼 오래 지속되는 구르망 향을 강조합니다.
앞서 Spate 데이터에서 살펴봤던 미국의 향 소비 흐름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즉 제품의 필요성은 스킨케어 성분에서 만들고, 소비자의 취향은 향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을 타겟하여 향을 잘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메디큐브는 이 데오드란트 제품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뒤이어 글로우 바닐라 헤어&바디 프래그런스 미스트(Glow Vanilla Hair & Body Fragrance Mist)도 출시했습니다. 또한, 10월에는 기존 바닐라&피스타치오에 이어 코코넛&로즈(Coconut & Rose) 향의 데오도란트도 미국 틱톡샵에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메디큐브의 확장 방식도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처음에는 코직애씨드라는 성분을 데오도란트로 옮기고, 여기에 바닐라&피스타치오라는 향을 붙였습니다. 이후 같은 향을 헤어&바디미스트로 넓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데오도란트에서는 코코넛&로즈라는 향에 PDRN 등 새로운 성분을 더하고 있습니다.
제품 종류를 넓히는 동시에 향과 성분의 선택지까지 함께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3) 여기서 지난 편에 소개했던 e.l.f. Cosmetics와 eos까지 함께 놓으면 조금 더 흥미로운 그림이 나타납니다.
e.l.f. Cosmetics는 메이크업에서 출발해 13달러짜리 바디미스트와 크림을 선보였습니다. 여행지와 향을 연결한 POP 컬렉션으로 새로운 바디케어·프래그런스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eos는 바닐라 캐시미어 바디로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워시·오일·미스트까지 제품군을 넓혔습니다. 하나의 인기 향을 여러 제품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향을 추가하면서 바디케어를 주요 사업으로 키웠습니다.
PHLUR는 파인 프래그런스에서 출발해 39달러짜리 바디미스트로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넓혔습니다. 특히 미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향을 다시 고가의 향수와 데오도란트로 확장했습니다.
반면 메디큐브는 스킨케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코직애씨드와 PDRN 등 익숙한 성분을 바디제품으로 가져오면서, 바닐라&피스타치오와 코코넛&로즈 같은 향을 더했습니다.

이 네 브랜드를 함께 살펴보면서 주목하게 된 것은 기존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바디케어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스킨케어로 미국 시장에서 성장한 K뷰티는 바디케어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미국 바디케어 시장의 주요 제품과 가격대, 향과 제품군의 구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K뷰티가 이미 가진 성분·피부 고민·루틴의 강점을 이 시장에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Comments ()